기사 메일전송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 “커피 한 잔 마시고 갈래요?”
  • 기사등록 2015-11-08 22:48:30
  • 수정 2015-11-08 22:48:43
기사수정



어린 시절 헤어졌던 아버지가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미사키는 인적 없는 해안가 땅 끝 마을에서 ‘요다카 카페’를 열고 아버지를 기다린다. 한편, 이웃에 살고 있는 싱글맘 에리코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기 위해 옆 도시로 일을 나간다. 두 아이는 밤 늦게까지 엄마를 기다리다 미사키를 만나게 되고, 아이들로 인해 에리코도 요다카 카페를 찾는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간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은 상처가 하나씩 더 늘어가는 것”이라고 했던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길을 잃고 방황하거나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치고 힘들어하는 바로 그 때 누군가의 따뜻한 눈길이나 다정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오다카 카페’의 여주인 미사키는 삶에 지친 누군가를 볼 때 엷은 미소와 함께 “커피 한 잔 마시고 갈래요?”라고 말을 걸며 다가온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원제: さいはてにて-かけがえのない場所-, The Furthest End Awaits)>은 탄생부터 흥미를 끈다. 2004년 8월 일본의 한 잡지에 이시카와현 오쿠노토의 해변가에서 로스팅 커피점을 운영하는 니자미 요코 씨의 인생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 이를 읽고 감동을 받은 제작진은 영화화하기로 결심하고,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에드워드 양 감독의 수제자인 치앙시우청(姜秀瓊)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한다.

대만 영화계의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치앙시우청 여류감독은 다큐멘터리 <바람이 나를 데려다 주리라>(2010), 극영화 <작일적 기억>(2012) 등을 연출했고, 인물에 집중하는 연출방식과 섬세하고 리얼한 표현방식이 특징이다. 여기에 ‘일본의 전도연’이라 불리는 연기파 여배우 나가사쿠 히로미(永作博美)와 배우, 모델, 디자이너 등 다방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사사키 노조미(佐々木希), 그리고 무라카미 준, 우스다 아사미, 나가세 마사토시 등 실력파 연기자들이 합류했다.



실제 영화의 촬영은 이시카와현 스즈시 오리도쵸 기노우라 해안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끝’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바다로 튀어나갈 것 같은 보트하우스를 찾아 카페로 개조하는 과정을 영화 속에서 직접 보여주고,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는 미사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전등을 달았다. 또한 카페 위에 위치한 여관을 민박집으로 수리하고 가파른 나무 계단 등도 새로 설계했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마치 여성들을 위한 영화처럼 보인다. 감독,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요 조연도 모두 여성이다. 여기에 남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사키의 아버지처럼 아예 실종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에리코의 못된 남자친구는 에리코가 아이들에게 주는 돈을 가로채고, 옆집 여자를 넘본다. 에리코의 아들도 딸에 비해 미성숙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개봉 당시 여성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받아 종영 후 재개봉되기도 했다고 한다. 

여성들의 삶은 고달프고 지쳐 있다. 에리코는 적당한 직업을 찾지 못해 남성들에게 시달린다. 바다로 나간 남편과 아버지는 등대에 불을 켜고 날마다 떡 반쪽을 새로 내놓아도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치앙시우청 감독은 미사키와 이웃사람들을 통해 여성들에게 ‘남자들만 기다리지 말고 우리 여성들끼리 서로 뭉치고 위로하자. 뭔가 결핍된 사람들이지만 정으로 끈끈하게 연결된다면 그것이 가정이고 그것이 이웃이 아니겠느냐’고 외치는 듯하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잔잔하지만 가장 따뜻한 작품이다. 극중 미사키도 에리코에게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를 속삭이며 서두르지 말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고달픈 인생에 지친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4년 제51회 타이페이금마장영화제 관객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작이고, 벤쿠버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하와이국제영화제, 홍콩아시아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컬처앤뉴스 &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박호선 기자 (cinemaplus@naver.com)

<저작권자 ⓒ 컬처앤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culturennews.com/news/view.php?idx=413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포토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에 탑승한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빛나는 스틸컷
  •  기사 이미지 코로나19 극복 ‘힘내라 대한민국! 오페라 명장면,명곡 갈라콘서트’
  •  기사 이미지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심은경,영화계에 빛나는 걸작 '블루 아워(Blue Hour)' 쏟아지는 호평
최신뉴스+더보기
  1. 1 갤러리도스_김미현 ‘혐오와 매혹사이'展
  2. 2 히든싱어 박진영 편 우승 이하룬 신곡 ‘니가 나의 세상이던’
  3. 3 ‘밀양아리랑’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이팝나무 아래에서'를 제작한다
  4. 4 영화 '압구정 리포트'(가제)가 마동석, 정경호, 오나라, 오연서의 캐스팅 확정
  5. 5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에 탑승한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빛나는 스틸컷
  6. 6 배우 김응수, 진선규, 김성균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세종’ 홍보대사로 활약
  7. 7 인터넷신문협, 제6회 INAK사회공헌大賞 수상자 발표
  8. 8 청년 창작자를 위한 6주간의 촌라이프 실험 ‘무럭무럭 남해 살기’ 참가자 모집
  9. 9 3명의 관객을 위한 프라이빗 클래스, 첼리스트 예술의 빵집 콘서트
  10. 10 영화 '반도' 이정현, '오케이 마담' 엄정화, '승리호' 김태리,'태백권' 신소율,충무로 여배우 레알 파
  11. 11 ‘2020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아동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예술공연
  12. 12 인터넷신문협, 제5회 INAK 언론상 수상자 발표
  13. 13 '길 위의 인문학', 시간과 공간의 거리(street &distance)를 잇다
  14. 14 괴로우나 즐거우나 함께해온 애국의 노래,‘2020 대한민국 #애국찬가 페스티벌’ #동고동락 개최
  15. 15 중국 상해 북역극장(北站剧场), ‘제6회 DIMF 뮤지컬스타’ 글로벌 뮤지컬 스타들의 뜨거운 열정!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