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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검은 사제들' - 소녀를 구한 사제들, 영화를 구한 박소담
  • 기사등록 2015-11-22 10:14:23
  • 수정 2015-11-24 12: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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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던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신비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장재현 감독의 26분짜리 단편 <12번째 보조사제>(2014)가 원작이다. <12번째 보조사제>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 제9회 파리 한국영화제 숏컷 섹션 최우수 단편상,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즘(Exorcism)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장르 상 호러영화의 일종인 오컬트 무비(Occultism Movie)에 해당한다. 사전적 의미의 오컬트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악마를 숭배하는 사교집단과 기독교 집단의 대치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괴기스런 악마의 형상, 성서, 십자가, 구마, 사제, 부마자, 염력 등이 등장하며 호러 장르 중 가장 진지하고 극도의 공포감을 유발한다. 

오컬트 무비의 원조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로즈마리베이비: 악마의 씨(원제: Rosemary`s Baby)>(1968)이다. 영화는 아이라 레빈(Ira Levin)의 1967년 발간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고, 32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미국에서만 3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아카데미어워즈에서는 루스 고든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각본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엑소시스트>(1973), <오멘>(1976), <사탄의 인형>(1988) 등이 뒤를 이었고, 시리즈 제작이 특징이다. 

<검은 사제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다루었던 이 엑소시즘 소재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변화시키고 재해석한 작품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 및 사제, ‘프란체스코의 종’을 매개체로 기존 오컬트 무비와의 연결점을 찾았고, 소금을 뿌려 경계를 만들고 성서와 성물, 촛불, 돼지 등으로 구마예식을 준비하며, ‘성 미카엘 대천사에게 바치는 기도(미카엘의 기도)’와 ‘해방의 기도’를 통해 구마예식을 집행하는 과정을 차용했다.

이러한 장엄구마예식은 2014년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구마협회(세계구마사제협회)를 교회법상 인준 단체로 인정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사 집의 송대찬 PD에 의하면, 로마가톨릭교회 쪽에 정식 구마학교가 있고, 실제로 구마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250여 명의 구마 신부가 있으며, 한국에도 구마 사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일반인은 전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세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조사제가 한글, 영어, 라틴어, 중국어를 오가며 사령과 대화하고 기도하는 장면과 ‘호랑이띠’는 <검은 사제들>만의 설정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OST에 삽입해서 독특한 음색도 창조한 점도 눈에 띈다. 공간 설정은 기존 엑소시즘 영화와 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성을 높이려고 했다.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 장식이 있는 성공회성당,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구 계산성당, 월배성당 등이 전자라면, 서울 명동, 동호대교, 대구 동성로, 안양 8차선 도로 등 도심 한복판 촬영은 후자에 해당한다.

여기에 디테일을 더한 노력은 완성도 높고 볼거리가 많은 한국형 오컬트 무비를 완성했다. 특히 두 사제와 소녀 간의 장장 40여 분의 장엄구마예식은 숨막히는 긴박감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하지만 냉철하게 바라볼 때 기존 할리우드 작품과의 차별점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또한, 강렬함에 있어서는 <오멘>시리즈나 <엑소시스트>시리즈, 드라마나 볼거리 측면에서는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연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2005)에 미치지 못했다. 




<타짜>(2006)부터 매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와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윤석은 변함없이 묵직하면서도 비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극강 비주얼과 함께 계속된 연기변신으로 신뢰도가 높은 강동원 역시 트라우마를 가진 최 부제의 성장만큼이나 깊어진 연기력을 발휘한다.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 또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김윤석-강동원 콤비의 캐릭터 매력도는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2009)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다소 밋밋한 <검은 사제들>에 활력을 불어넣은 배우는 악령에 쓰인 소녀 역의 박소담이다. 그녀는 평범한 소녀부터 악령의 변화된 다양한 모습까지 모두 혼자서 소화한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위해서 여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삭발을 감행했고, 동물 울음소리, 라틴어, 중국어, 독일어 연기까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단순히 노력뿐만 아니라 신예답지 않은 완벽한 연기력까지 발휘한다. 

박소담은 교통사고 이전과 악령이 측은지심에 호소할 때는 청순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악령이 깃든 후에는 변신을 거듭하며 4가지의 인격체를 연기한다. 그것도 팔과 다리가 묶인 상태에서 동물 울음소리, 한국어, 라틴어, 중국어, 독일어를 서로 다른 느낌으로 표현했다. 이 모든 연기와 목소리를 그녀가 직접 소화했다는 점에서 놀랍고, 악령이 흉악한 본성을 드러낼 때는 김윤석-강동원 콤비에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더더욱 놀라움을 준다. 

박소담은 <소녀>(2013), <잉투기>(2013), <일대일>(2014), <이쁜 것들이 되어라>(2014)에 계속 출연했지만 눈에 띄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녀를 기억하게 된 것은 옴니버스 영화 <레디액션 청춘>(2014)에서 정연식 감독이 연출한 <플레이걸>의 연주 역할 때문이었다. 박소담은 이 작품에서 무심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이후 <상의원>(2014), <설행_눈길을 걷다>(2015),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사도>(2015), <베테랑>(2015)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사실 박소담은 화려한 외모의 전형적인 미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1991년생임에도 불구하고 교복, 여학교 체육복, 한복, 수녀복 등을 입은 모습 위주로 각인되어 관능적인 이미지도 없다. 맡은 역할 때문이지 무표정하거나 약간 찡그린 표정만 기억에 남고, 게다가 요즘 고등학교 졸업선물이라는 쌍커풀 수술마저도 하지 않아서인지 얼굴도 무덤덤한 편이다. 한마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한 얼굴과 몸매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그녀를 처음으로 직접 보았을 때, 중국 주나라 주유왕 때의 ‘포사’를 떠올렸다. 포사는 천하일색, 악행, 웃지 않고 살짝 찡그린 표정의 대명사로 천금소매(千金笑買)라는 고사성어를 남겼다. 포사는 찡그린 표정을 거두는 대신 나라를 망쳤으나, 박소담은 깜짝 놀랄만한 연기력과 단발머리의 환한 웃음으로 한꺼번에 즐거움을 준다. ‘주눅든다’는 단어를 전혀 모를 것 같은 대담한 박소담 배우를 바라보며 ‘제2의 김혜수’를 기대해본다. 

<컬처앤뉴스 &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박호선 기자 (cinema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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