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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내부자들' - 영화 '내부자들'에 대한 다소 삐딱한 시선
  • 기사등록 2015-12-20 22: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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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의 원작은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매거진 훅’에서 연재를 시작했다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돌연 중단된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동명 웹툰이다. 그는 3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이끼>(2010), 이른바 ‘미생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미생](2014)의 원작자이고, 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유명하다. 

미완성 웹툰 ‘내부자들’은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계는 물론 검찰과 경찰 조직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내부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패의 근원을 파헤치려고 했다. 영화 <내부자들>은 웹툰의 제작 취지를 계승하고, 검사 우장훈 등의 캐릭터와 우리사회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고위 공무원, 정치인, 재벌들의 성추문을 추가하여 범죄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정치인, 언론, 재벌, 조폭, 검찰 등의 이질적인 집단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본질적으로 네 가지의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이든 대한민국 사회를 실질적으로 접수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지배층이다. 또한 국민들의 신뢰도 지수에서 꼴찌를 놓고 서로 겨루는 선의의 경쟁자들이다. 그들은 존재감을 자랑할만한 그들만의 고유한 수단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수단들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한결같이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민호 감독은 여기에다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무려 네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첫째,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애국자들이다. 둘째, 그들은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법의 지엄함에서 자유로우며, 법 따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셋째, 그들은 허리 아래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일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넷째, 이것이 가장 놀라운 사실인데, 그들은 사실 상호 이익을 위하여 ‘의리’라는 명분으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자들>은 상호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이해가 상충되어 충돌이 발생했을 때, 무슨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를 묘사한 작품이다. 물론, 웹툰 또는 영화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국민들은 영화적 결말이 현실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이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거대한 무소불위의 권력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도 알기 때문에 어떤 결말이라도 그다지 통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린다. 백윤식 배우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내부자들>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조승우는 뮤지컬에서와 마찬가지로 막강한 티켓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까? 이경영 배우는 올해 개봉한 10여 편의 출연 작품 중에서 몇 번째의 비중을 발휘할까? 그리고 가장 커다란 관심사인 <내부자들>부터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병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빛을 이해하는 감독’으로 꼽히는 <파괴된 사나이>(2010)의 고락선 촬영 감독, 한국 흥행 범죄 드라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이끌어온 <베테랑>(20145)의 조화성 미술 감독, <신세계>(2013)로 범죄 영화의 음악사를 다시 쓴 조영욱 음악 감독, <아저씨>(2010)로 액션 영화의 새로운 획을 그었던 박정률 무술 감독의 참여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요소는 최근 통용되는 2.35 : 1이 아닌 캐릭터들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는데 유리한 1.85 : 1의 포맷 선택이었다. 이것은 아무렇게나 뒤로 넘긴 듯한 장발에서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헤어스타일까지, 카키색 위장복에서 깔끔한 수트까지, 비열한 비웃음에서 사람 좋은  웃음까지… 이병헌의 눈부신 변신을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잡중력을 잃지 않은 채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저절로 나온 감탄사 ‘그래, 이병헌이 연기는 참 잘하지!’ 

게다가 그가 사연도 모르고 끌려가서 거침없이 내려치는 도끼날에 오른 팔목이 댕강 잘려나갈 때, 그의 추문에 가장 분개했을 여기자들마저도 차마 그 참혹함을 견디지 못하고 “꺄악!” 소리치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의수로 대체한 오른쪽 팔목을 바라보며 ‘이제 그만 면죄부를 줄 때가 아닐까?’ 하는 측은지심이 저절로 일어나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 흥행이 아닌 관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신의 한 수’는 바로 1.85 : 1의 포맷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컬처앤뉴스 &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박호선 기자 (cinema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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