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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오빠생각' - 전쟁터 한가운데서 울려퍼지는 희망의 노래
  • 기사등록 2016-03-22 09: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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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애상조(哀傷調)의 ‘오빠생각’은 듣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구슬프다. 실제로 이 동요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오빠생각’은 1925년 11월에 방정환이 만든 잡지 『어린이』에 실렸는데, 작사가가 12살의 최순애 어린이다. 당시 그녀의 오빠는 일제 강점기에 계몽운동을 하며 일본의 요시찰 인물로 고난을 겪었다. 결국 고향의 동생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는데, 동생은 그런 오빠를 걱정하고 그리는 마음을 담아서 이 가사를 썼다.

영화 <오빠생각> 역시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어린이 합창단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들은 격전의 전장과 군 병원 등지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은 물론 휴전 직후에는 미국 전역 순회 공연과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진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1950년대 초 한국전쟁 당시, 전쟁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지키려는 한 군인이 노래를 통해서 만들어나가는 아름다운 기적을 그린다. 

<오빠생각>의 연출은 남자감독 중 가장 눈물이 많다는 이한 감독이 맡았다.  그는 데뷔작 <연애소설>(2002)에서 시작하여 <청춘만화>(2006), <내 사랑>(2007),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등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감성의 연출력을 선보였다. <오빠생각>에서도 그는 아이들을 위하는 군인의 순수한 마음과 노래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영화의 한가운데에는 1950년대에 많이 불렸던 명곡이 자리잡고 있다. 메인 테마인 ‘오빠생각’을 비롯해서 향수, 고향, 그리움의 감정을 담아낸 ‘고향의 봄’, ‘나물캐는 처녀’ 등 우리 곡과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 ‘목장길 따라(Stodola Pumpa)’ 등 외국 곡이 등장한다. 특히 ‘오빠생각’의 합창 버전과 솔로 버전은 해외 동포에게서 악보를 구해달라고 요청받을 만틈 인상적이다. 

게다가 이한 감독은 ‘목장길 따라’를 직접 개사하여 ‘친구와 함께’로 바꾸고, 30명의 아역 배우들은 아이들 본연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하여 가성을 이용한 현대적인 창법이 아닌 진성의 창법을 연습하는 정성을 더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진한 울림을 전한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이들의 가슴을 위로하기에 약간의 부족함도 없다.

완벽한 것은 노래 뿐만이 아니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당시 시대상을 완벽히 구현했고, 촬영에서 주로 사용된 핸드헬드 기법은 상황에 아주 적확하다. 조명은 자연광을 최대로 살렸고,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 장면은 블록버스터 못지 않게 스펙터클하다. 임시완, 고아성, 이희준, 박수영, 이준혁, 정준원, 이레 등의 연기도 흠잡을 곳이 없다. 한마디로 소재, 주제, 음악, 미술, 촬영, 연기 등 모두 완벽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국 관객 100만명에도 미치지 못 했고, 그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영화는 어른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하고, 어린이가 보기에는 눈높이가 맞지 않는 장면이 있다. 전쟁의 비극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전쟁의 상처를 제대로 위로하지도 못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인지가 (타켓 마켓 설정) 불분명하다. 

둘째, 초반부를 끌고가는 군인 한소위에서 후반부의 주인공인 아이들로의 시점 전환이 원활하지 않다. 이것은 관객에게 완전한 몰입을 유도하는데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셋째, 처음의 강렬했던 캐릭터간 갈등이 너무 이른 시점에 봉합되어 후반부에는 신파조 일변도로 흐를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이어지는 신파와 착한 사람 컴플렉스는 관객을 지치게 한다. 

<컬처앤뉴스 &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박호선 기자 (cinemaplus@naver.com)

<저작권자 ⓒ 컬처앤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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