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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에 관하여
  • 기사등록 2018-02-02 09:53:08
  • 수정 2018-02-02 1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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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동물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사람들

 

해가 붉은 노을을 토해내며 서산 끝자락에 걸려 있을 무렵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 뒤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뒤따라왔다. 슬쩍 훔쳐보니 한 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기어코 집 앞까지 뒤따라온 고양이는 대문 앞에 웅크리고 않아 움직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를 전혀 하지 않는 고양이에게 물과 먹이를 주고, 이튿날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했다.

 

버려진 고양이(그리고 개)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후 대문 밖과 허술한 정원 담장 옆에 먹이를 내어놓았고, 다친 고양이들을 치료해 주었다. 고양이끼리도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지 한때는 20마리가 넘는 고양이가 자유롭게 집을 드나들었다. 어떤 고양이는 아예 집에 터를 잡고 오랜 떠돌이 생활을 마무리했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버려진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가끔 고양이 천국인 이 집을 방문한다. 80세를 훌쩍 넘긴 두 부부와 담소를 나누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엔가 고양이 한 마리가 부부 사이에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앉는다. 마치 두 분 사이를 시기라도 하듯이 그 자리를 끝까지 고수한다. 그 고양이 이름은 ‘깡패’이다. 두 부부는 깡패처럼  인연을 맺은 고양이들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주었고, 그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인문학자와 영문학자 부부의 이야기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드라마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원제: 犬に名前をつける日)>(2015)에도 이 노학자 부부와 같이 버려진 동물들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일주일이 지나면 살 처분이 될 운명에 처한 동물보호센터의 동물들, 비윤리적인 개 공장에서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개들, 대지진으로 주민들이 떠나버린 마을에 덩그라니 남겨진 유기동물들, 알레르기 때문에 또는 아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등 이유로 무책임하게 버려져 마음에 상처를 입은 고양이들을 구한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우리는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말, 조류, 물고기류, 파충류, 양서류 등 다양한 동물들을 애완동물(愛玩動物, pet)이라고 부르며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왔다. 선사시대 주거지나 무덤에서 발굴되는 그림과 조각품을 보면 개는 이미 구석기시대부터 인간들 옆에 있었다. 개와 사람이 같이 묻혀있는 이스라엘 구석기시대 묘지에서는 죽은 사람의 손이 개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어 매우 친밀한 관계였음을 암시한다. 메소포타미아나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개, 고양이, 기러기, 사자 등이 그려져 있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5천년 전부터 종교적 목적으로 고양이를 사원에 두었으며 3천년 전부터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개와 고양이에 대한 역사도 매우 길다.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개는 선사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며, 삼국시대에는 개 모양을 장식한 토기가 많이 만들어졌다. 문헌으로 살펴보면 고려의 문인 최자(崔滋)가 쓴 『보한집(補閑集)』에 시장에서 술 취해 귀가하다 산에서 잠든 주인을 불에서 구하고 죽은 전라도 임실의 '오수 의견(義犬)'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실학자 이익(李瀷)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숙종과 금손'이란 고양이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애완동물(愛玩動物, pet)을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伴侶動物, companion animal)로 부른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동물 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K. 로렌츠 (Konrad Zacharias Lorenz)의 80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열린 이 자리에서 개•고양이•새 등의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부르도록 제안하였다.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가 사람에게 종속된 일방적 관계에서 쌍방적 관계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려동물 1,000만 마리의 빛과 그림자

 

여러 연구결과는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준다.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로버트 비어러(Robert Bierer) 심리학 박사는 강아지를 키우는 어린이가 더 높은 수준의 공감 능력이 있음을 밝혀냈다. 유아 동물 관계 전문가인 게일 멜슨(Gail F. Melson) 미국 퍼듀대 교수 역시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 아이들의 책임감과 자존감을 높여주고,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사회적 관계기술이 향상된다고 발표했다. 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이 반려 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려동물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마치 가족처럼 소중하게 대해 왔다.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절차를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부모와 자녀 관계를 법률적으로 맺는 것과 마찬가지로 입양(入養, adoption)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태어나면 작명(作名, naming)하여 호적에 올리듯이 반려동물에게도 이름을 지어준다. 심지어 노처녀, 노총각이라 불리면 싫어하는 사람도 반려동물을 우리 ‘아기’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OO 아빠, OO 엄마라고 소개하기까지 한다.

 

현대 사회는 핵가족이 많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으며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자녀도 1명 또는 2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조차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국내 반려동물 수는 지속적인 성장 끝에 현재 457만 가구, 무려 1,000만 마리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늘어감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유기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포인핸드(Paw in Hand)에 의하면, 올해 10월 말까지 입양되거나 반환된 동물을 제외하고 안락사한 동물이 13,588마리, 현재 보호 중인 동물이 15,667마리에 달한다. 5월 연휴기간에 2,120마리, 휴가가 있는 8월에 8,936마리가 주인에게 버려지는 등 하루아침에 반려동물에서 유기동물로 전락하는 동물이 올해에만 8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인간에게 달려있다

 

그럼,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화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명장면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영화에서는 비윤리적인 개 사육장 소위 ‘개 공장’에서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가 방치된 개들을 구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도 살충제 계란 파동 때문에 그 심각성이 드러났던 닭 사육장과 똑같은 환경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이다. 포인핸드가 목표로 하는 것처럼 동물을 상업적인 이윤 추구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상품화된 동물을 사지 않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또한, 히로시마에서 안락사 대상의 개와 고양이를 맡아 돌보고 있는 ‘나카타니 무로이’씨는 인터뷰에서 “수명이 다해서 죽는 건 괜찮지만 인간이 가스를 흡입시켜서 죽이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생명은 사고 파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반려동물이 가진 생명의 존엄성과 반려동물에 대한 진정한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반려동물은 사고 파는 대상이 아니 듯이 함부로 버릴 수 있는 대상도 물론 아닐 것이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상처 받았으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유기견과 함께 즐거운 산책을 즐기는 주인공 카나미(고바야시 사토미 분)의 모습 위로 더해지는 내레이션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개는 주인을 고를 수 없다. 어떤 삶을 보낼지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로 결정된다. 인간의 책임은 무겁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컬처앤뉴스 -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박호선 기자 (cinema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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