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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두 개의 빛: 릴루미노' -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두 개의 빛에 대하여
  • 기사등록 2018-02-07 11:19:58
  • 수정 2018-02-07 11: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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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호 감독은 한국 멜로/드라마의 걸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비롯해서 <봄날은 간다>(2001), <행복>(2007), <호우시절>(2009), <덕혜옹주>(2016) 등을 연출한 멜로 영화의 거장이다. <두 개의 빛: 릴루미노>는 허진호 감독이 오랜 만에 내놓은 멜로/로맨스 장르의 단편 영화이다. 이번에는 그의 시선이 차츰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 청년에게로 향했다.

 

가까운 시간에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의사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 결과를 통보 받았다. 단순히 피곤해서 눈이 좀 침침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사물이 더 뿌옇게 보이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눈앞이 어두워질 것이며, 그러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평범한 일상은 파괴될 것이며, 이제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세계에 적응해야만 한다.

 

시각 장애인은 눈이 전혀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전 세계 시각 장애인의 86%, 약 2억2천만명은 잔존 시력이 남아 있는 저시력 장애인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시각 장애인은 약 25만명이며 그 중 21만명 정도는 전맹이 아닌 저시력자이다. 그리고 시각 장애의 원인을 살펴보면 수정체에 일어나는 장애인 백내장을 제외하고는 선천성 시각 장애보다 후천성 시각 장애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화는 시각 장애인이 직장도 없이 극히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의기 소침한 채 살아갈 것이라는 편견을 여지 없이 깨트린다. 망막색소변성증(RP) 판정을 받은 인수(박형식 분)이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같은 처지의 수영(한지민 분)을 처음 만난 곳은 바로 ‘시각 장애인 사진 동호회’이다. 시력을 잃어가는 그들은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고, 어두운 세계에 적응하는 방법을 의논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의 작품을 모은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앤매너(tone & manner) 또한 무척 밝고 희망적이다. 시각 장애인들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를 그저 극복할 수 있는 작은 난관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 장애인이 바라보는 뿌연 세상에도 우리가 늘상 보는 아름다운 자연의 빛이 똑같이 비출 수 있다. 도리어 아로마 테라피스트와 피아노 조율사라는 그들의 직업은 다른 영화 보다도 더 후각과 청각을 예민하게 긴장시킨다. 거기에 허진호 감독은 그 특유의 멜로 감성을 입혔다. 감정에 솔직한 여성이 주저하는 남성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식 또한 여전하다.

 

허진호 감독은 연출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골목길을 걷다 문득 빛이 두 개로 느껴진 적이 있다. 그림자에 의해 갈라지는 두 개의 빛줄기. 시각 장애인이 바라보는 빛과 정안인이 바라보는 빛, 두개의 빛은 과연 다를까?”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또한 “저시력 장애의 일종인 RP(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사람들이 VR 시각보조앱 '릴루미노'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처음 보는 모습들에 감동을 받아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개의 빛: 릴루미노>에서는 좌절하는 시각 장애인을 향해 ‘두 개의 빛’이 반짝이며 다가온다. 점점 잃어가는 시력 때문에 상심해 있는 인수에게 밝고 당찬 미소를 지닌 수영이 다가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인수도 수영의 그 밝은 마음을 향하여 한 발짝 한 발짝 전진한다. 멜로 영화의 거장답게 허진호 감독이 보여주는 첫 번째 빛은 남녀 간의 ‘사랑의 빛’이다. 이 사랑의 빛은 그들의 마음을 밝게 비춰준다.

 

두 번째 빛은 세상을 밝혀주는 아름다운 마음의 빛이다. 영화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의 시각 보조기기로 VR 기어가 등장한다. 시각 장애인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하여 VR 기어 활용 방안을 모색하던 삼성전자에서는 저시력자를 위한 VR 시각보조앱을 개발해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처럼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의 빛은 실제로 시각 장애인들의 눈을 다시 밝게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

 

<컬처앤뉴스 - 박호선의 시네마플러스>



박호선 기자 (cinema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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