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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의 마지막 전시, 박노해 사진전 <안녕, 그리고>展 - 2018년 11월 2일 - 2019년 2월 10일 - 라 카페 갤러리 (종로구 백석동1가길 19 '부암동 44-5')
  • 기사등록 2018-11-05 15:54:09
  • 수정 2018-11-05 16: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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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가 2019년 새봄, 이전을 준비한다.2012년부터 7년간 '라 카페 갤러리'를 다녀간 20만 명의 관람객들께 뜨거운 감사를 전하며, 지난 15번의 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모아특별전시를 열었다.11월 2일부터 시작한 '라 카페 갤러리’의 박노해 사진전 <안녕, 그리고>展은 2019년 새봄, 경복궁역 인근으로 이전을 앞두고 부암동에서 개최하는 마지막 전시다.지난 7년 동안 15번의 사진전에서 전시된작품은 370여 점. 그중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15점의 작품을 엄선해 <안녕,그리고>展에서 선보인다.

'라 갤러리’에서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이 상설 전시되며, 수익금은 글로벌 평화나눔 활동에 쓰인다. 2012년 파키스탄 사진전 <구름이 머무는 마을>을 시작으로, 버마 <노래하는 호수>, 티베트 <남김없이 피고 지고>, 안데스 <께로티카>, 수단 <나일 강가에>, 에티오피아 <꽃피는 걸음>, 볼리비아 <티티카카>, 페루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알 자지라 <태양 아래 그들처럼>, 인디아 <디레 디레>, 카슈미르 <카슈미르의 봄>, 인도네시아 <칼데라의 바람>, 쿠르드 <쿠르디스탄>, 라오스 <라오스의 아침>, 팔레스타인 <올리브나무의 꿈>까지 15번의 박노해 사진전을 통해 12평 작은 공간에 세계를 담아온 ‘라 갤러리’. 지난 7년간 ‘라 갤러리’를 다녀간 관람객은 20만명에 달한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시집 『노동의 새벽』을 통해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영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박노해 시인. 지구인류 시대에 그는‘빛으로 쓴 시’인 사진을 통해 75억 인류의 ‘노동의 새벽’을 써 내려왔다. 지난 17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상의 가장 높고 깊은 마을을 찾아 ‘결핍 속에서 꽃피워낸 존엄한 삶’을 묵묵히 포착해온 박노해의 사진들. 그리고 “박노해 시인의 글은 사진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다”는 관람객의 말처럼, 작품의 이해와 내면의 울림을 증폭시키는 박노해 사진전만의 독창적이고도 독보적인 사진 캡션까지. 그의 사진을 통해 깊은 감동의 파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라 갤러리’의 전시를 “관람이 아닌 순례”라 부른다.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의 마지막 겨울, 마지막 전시를 놓치지 말자. 백두대간에서 자란 홍옥으로 정성껏 담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계절담근차 ‘시나몬 애플티’를 마시며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또 다른 나를만나고 또 다른 길을 꿈꾸게 하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 <안녕, 그리고>展의 대표 전시 작품을 살펴 보았다. 내가 살고 싶은 집 Barsat Village, Gaguch, Pakistan, 2011.

높고 깊은 산맥에 소중히 숨겨진 가쿠치 마을. 흰 만년설과 푸른 하늘, 붉은 흙집과 노란 나무가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는 가을 날. 남자들은 산 위에서 야크를 치고 땔감을 구하고 여인들은 양털을 자아 옷감을 짜고 빵을 굽는다. 따사로운 가난이 고르게 빛나는 마을.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한 작은 흙집. 마음까지 환해지는 내가 살고 싶은 집. 구름이 머무는 마을 Nasirabad Village, Northern Areas, Pakistan, 2011.

눈부신 만년설산의 품에 안긴 작은 마을. 구름도 가만히 머물다 길을 떠난다. 아담한 흙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부는 “사람으로서 ‘어찌할 수 없음’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찌할 수 있음’은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화롯불을 피워 따뜻한 차와 미소를 건네고 가슴에 만년설 봉우리 하나 품고 가라며 빨간 사과 한 보따리를 안겨 주신다. 수장될 위기에 처한 8천 년 된 하산케이프 Hasankeyf, Kurdistan, Turkey, 2006.

인류 문명의 자궁인 티그리스 강의 상류 하산케이프 다리. 아나톨리아 고원과 메소포타미아 사이에서 문화 교량의 역할을 해왔으며 고대 수메르 문명과 로마, 오토만 제국의 문화 유적이 가득하다. 8천 년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하산케이프는 쿠르드인의 오래된 삶의 자부심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의 문화 유산이고 영감의 원천지인 하산케이프는 지금 서서히 수장되어 가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로 흐르는 생명수인 티그리스 강을 막아 중동의 수자원을 확보, 통제하기 위해 2006년부터 미국과 영국의 지원으로 거대한 일리수 댐을 건설하며 물을 채우고 있다. 내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 Lalibela, Ethiopia, 2009.

오늘은 새해 아침. 물을 길으러 높은 산맥 길을 걷는 어머니와 그 뒤를 따르는 아들의 발걸음이 산정을 울린다. 자신이 살아가는 땅을 조금도 망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 저 강인한 삶의 행진에 새해 여명이 밝아온다. 노을녘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 Old Dongola, Nubian, Sudan, 2008.

누비아 사막에 석양이 물들면 하루 일을 마치고 종려나무를 심는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치면 말라 죽고 다시 심으면 또 말라 죽어가도 수단 사람들은 날마다 모래둑을 북돋고 나일 강물을 길어다 종려나무를 심어간다. 사막의 이름 없는 수행자처럼. 인디고 블루 하우스 Gafa village, Rajasthan, India, 2013.

인디아 여성 농민은 누구나 최고의 건축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손수 디자인해 집을 짓고 살아가면서 불편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고쳐나간다. 한 마을에서도 똑같은 집이 하나도 없는 개성이 담긴 집. 부드러운 살결 같은 흙벽에 청명한 하늘빛을 닮은 인디고 블루를 칠하고 흰 쌀가루를 개어 그림을 그린다. 물 항아리를 이고 든 여인이 자신이 다져 만든 인디고 빛의 계단을 사뿐사뿐 걸어 오른다. 아카족 마을의 햇살 학교 Akha Phixor village, Ban Phapoun Mai, Phongsali, Laos, 2011.

지도에도 없는 깊은 산 위의 아카족 마을.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는 교실 한 칸, 선생님은 아이를 업은 동네 이모다. 고운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아빠들이 짜준 책상에 앉아 재잘재잘 떠들다 하나뿐인 책을 펴고 공부 삼매경에 빠져든다. 누가 공부 잘하냐고 묻자 서로 어리둥절하다가 “다 잘하는데요. 이 친구는 셈을 잘하고요 저 오빤 나무 타고 과일을 잘 따고요 얜 물고기를 잘 잡고요 전 노래를 잘해요. 아참, 저 이쁜 언니는 최고의 날라리래요.” 사랑은 불이어라 Wagnat village, Jammu Kashmir, India, 2013.

만년설산의 가장 높은 오두막 집에서 엄마가 저녁밥을 지으며 노래를 불러준다. “딸아 사랑은 불 같은 것이란다. 높은 곳으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그러니 네 사랑을 낮은 곳에 두어라. 아들아 사랑은 강물 같은 것이란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 같은 사랑. 그러니 네 눈물을 고귀한 곳에 두어라. 히말라야의 흰 눈처럼 언제까지나 네 마음의 빛과 사랑을 잃지 말거라.” 창밖에는 거센 눈보라가 휘날리는데 남편을 잃은 카슈미르의 어머니는 오늘도 불 같은 사랑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이 젖는다. 안데스의 어머니 Achacachi, Omasuyo, Bolivia, 2010.

세계에서 가장 높은 티티카카 호수 마을에서 감자밭을 일구며 살아온 94세 어머니는 아들딸을 존경 받는 혁명가와 교사로 키워냈어도 오늘도 고향 땅을 지키며 감자를 심어 거두신다. “우리가 자유를 얻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어. 우리의 소망은 감자를 심고 거둘 땅을 되찾는 거였어. 그들은 총알을 늘리며 탐욕을 늘려가지만 나는 한 알의 감자를 심어 늘려갈 뿐이야. 이것이면 충분하고, 이것으로 넉넉하지. 내 아이들에게 늘 말한다오. 잊지 마라. 너는 안데스 땅의 감자 한 알이다.”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Maras, Cusco, Peru, 2010.

오늘은 두레 노동을 하는 날. 안데스 고원의 감자 농사는 숨가쁘지만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돌려 마시며 잠시 만년설 바람에 땀방울을 씻는다. 힘들 때 서로 기대는 인정이 살아 있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살아 있기에 거친 일터에서도 젊은 남녀의 노래 소리와 풋풋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쁨이 없고 노래가 없는 노동은 삶이 아니지요.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남김없이 피고 지고 Ruoergai, Amdo Tibet, 2012.

야크 젖을 짜던 스무 살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천막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이지요. 내 삶도 이 초원의 꽃들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기를 바래요. 내가 떠난 자리에는 다시 새 풀이 돋아나고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겠지요.” 충만한 삶이란, 축적이 아닌 소멸에서 오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 삶의 목적은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과 사랑으로 생의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Ulee Lheue village, Banda Aceh, Sumatra, Indonesia, 2013.

2004년, 쓰나미가 아체 주민 수십만 명을 쓸어갔을 때 울렐르 마을Ulee Lheue은 가장 먼저 해일이 덮치고 가장 처참히 파괴된 거대한 폐허의 무덤이었다. 당시 울렐르 마을의 스물다섯 살 청년 사파핫은 손가락만 한 나무를 홀로 바닷물 속에 심고 있었다. “이 여린 바까오 나무가 지진 해일을 막아줄 순 없겠지요. 하지만 자꾸 절망하려는 제 마음은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릎을 꿇고 나무를 심던 사파핫은 끝내 파도처럼 흐느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가느란 바까오 나무가 파도 속에 자라나 숲을 이루었고, 그는 오늘도 붉은 노을 속에 어린 바까오를 심어가고 있었다. 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지 않은 것은 희망이 아니지 않느냐고, 파도는 끝이 없을지라도 나는 날마다 나무를 심어갈 것이라고. 부암동'라 카페 갤러리’의 마지막 전시, 박노해 사진전 <안녕, 그리고>展은 2018년 11월 2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열린다.


작가 박노해는 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벌교에서 자랐다.16세 때 상경하여 낮에는 노동자로 생활하고 밤에는 선린상고(야간)를 다녔다. 1984년 스물일곱 나이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군사독재 정부의금서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이 한 권의 시집은 당시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젊은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1989년, 분단 이후 사회주의를 처음 공개적으로 천명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7년여의 수배생활 끝에 1991년 체포,참혹한 고문 후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옥중에서 1993년 두 번째 시집『참된 시작』과 1997년 『사람만이희망이다』를 출간했다. 1998년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스스로 사회적침묵을 하며, 2000년 ‘생명 평화 나눔’을기치로 한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www.nanum.com)>를 설립했다.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2010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304편의 시를 엮어 12년 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출간했다.2014년 박노해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함께 사진에세이 『다른 길』을 출간했다. 2017년 『촛불혁명-2016 겨울 그리고 2017 봄, 빛으로 쓴 역사』(감수)를 출간했다. 오늘도 국경 너머 인류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마을’을 세워가며 새로운 사상과혁명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편집자 기자 (icultur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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