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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창동 갤러리도스 기획 전시 _‘이병훈 금속공예전' - 2020. 9. 9 (수) ~ 2020. 9. 15 (화) #삼청로 #갤러리도스
  • 기사등록 2020-09-04 09:35:05
  • 수정 2020-09-04 09: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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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훈 금속공예전


연마의 시간-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두발로 선 인간이 스스로도 모르는 본능으로 뼛조각을 휘두르고 돌덩이를 내리쳤다. 작은 불꽃이 튀겼고 그 불씨는 재를 남기며 벽화를 새겼고 용광로가 되어 쇠를 녹였다. 그렇게 사람은 야생의 바위를 길들이고 지구를 다듬었다. 하늘을 찌르고 시간을 관통하는 연결된 세상은 작은 돌덩이에 섞여있던 금속에 담겨있었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화면을 살포시 어루만지며 첨단의 편리사이에서 연한 살점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이 모든 기술의 시작에는 척추와 이어진 힘줄과 근육의 진동이 있고 사람의 관절과 도구를 쥔 손아귀가 쇠를 두들기며 만들어내는 질기고 억센 박자가 있다.


▲ Uncut202001,steel, 가로 240, 높이 220mm, ,steel, 2020

금속의 표면은 세상이 작가를 부르는 지위와 호칭처럼 매끄럽거나 화려한 광택을 자아내며 작가의 행위와 의도에 따라 도금되어 다른 색을 지닌 껍질이 입혀져 있다. 하지만 그 얕은 두께 아래에는 자신이 지핀 불로 가열되고 직접 어깨를 휘둘러 일으킨 타격이 새긴 감출수 없는 무게와 견고함이 있다. 작품은 런너에 붙어있는 프라모델 부품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형상은 단순히 기성품의 형상에서 그치지 않고 사내아이로 불린 시절을 겪은 성인 남성이라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학창시절의 기억들과 연결되어 있다. 멋진 삽화가 그려진 종이 상자를 열면 보이는 런너에 복잡하게 매달린 수많은 부품들은 소년으로 하여금 완성된 모습을 기대하면서도 감히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미묘한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킨다. 상자에 새겨진 삽화와 완성된 이미지처럼 언젠가 성장하여 성인이 되리라 무신경하게 몰두하여 조립하고 재련해온 지난 시간은 오늘의 자신을 구성하는 합금이 되었다.



▲ Uncut202002,steel, 가로 240, 높이 220mm, ,steel, 2020

작품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도록 지지하는 기둥부분은 작가가 제작에 사용한 도구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일부이자 작가자신이 투영되어있다.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따르는 노동은 몸을 땀으로 적시고 어깨에 통증을 부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하늘을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자신의 세계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다. 작품은 아직 결합되어 구체적이고 온전한 형상을 갖추기 전 부속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이병훈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와 질문은 해답과 결론이 아닌 지금까지의 자신을 구성하는 누적된 시간과 행위의 증거이기도 하다. 시작 혹은 과정의 형태로 단단해진 작품은 아무리 완성되었다 할지라도 열과 압력이라는 땅이 태고부터 지니고 있던 원초적이고 오래된 힘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작가는 잘리고 녹여져 다시 형상을 잃고 재료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금속의 본질을 되새기며 종착지가 없는 작품 활동의 여정을 보여준다.



철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손에 쥔 도구와 불 뿐만 아니라 육체 또한 작품을 가공하는 도구이다. 도구의 표면에 열과 충격으로 색이 변하고 마모된 흔적이 있기에 흠잡을 곳 없이 빛나는 작품이 존재한다. 그렇게 작가와 도구는 조금씩 닳고 닮아가며 작품에 신뢰와 깊이를 새긴다. 재료를 품어온 땅이 겪은 시간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짧은 순간이지만 돌을 부수던 인간은 철로 땅을 다듬었다. 그리고 그 틈에는 가위로 플라스틱을 자르던 소년의 성장과 무거운 도구로 금속에서 형상을 꺼내는 장인의 시간이 있다. 이병훈의 작품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이름조차 가리지 못할 오롯한 자신의 시간이 채워온 두꺼운 한 겹이 굳건히 세워져 있다.


#작가 노트(2020.8월)

몇 년 전 오른쪽 팔에 염증이 생겨 도구를 들 수 없을 때,


▲ Uncut202003,steel, 가로 240, 높이 160mm, ,steel, 2020

더이상 철을 다룰 수 없게 되는 것일까, 고민했다. 철을 다룬다는 건 그만큼 거친 도구를 사용한다는 뜻이고, 그 재료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진다는 것이다. 재료가 사람을 이길 때 더이상 그 재료를 떠나, 결국 다른 재료를 찾게 된다. 여기저기 아프고 붓고, 거동을 못하게되면 저절로 벌어지는 일이 작가가 재료를 바꾸는 일이다. 여러 해 동안 철을 가지고 이런저런 기능의 문제와 조형의 시도와 유희적 놀이 비슷한 작가흉내를 내며 살았다. 문제는 풀어지지 않았고, 조형적 난관은 아직도 남았으며, 진정한 작가는커녕 ‘작가 놀이’만 줄곧 해댔다. 주어진 하루를 보내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언제나, 늘 앞에 서서 나를 기다렸다. 자신이 낸 숙제를 풀어가는 전시의 문제 또한 그랬다. 다음 전시에는 보여 주기와 이미지를 중심으로, 새로울 것이라는 착각을 버무려 그 숙제의 답을 찾다가 늘 지치기 일쑤였다. 팔리지않고 쌓아두는 작품을 바라보는 것도 고역이라, 어느 순간 한두 개씩 나누어드리고 선물도 하면서 내 짐과 숙제를 덜어가는 중이다. 오래전 벗어놓은 겨울 내복 같은 작품을 다시 옮기고 그 냄새를 느끼는 건 더욱 고역이니까.


▲ Uncut202005,steel, 가로 200, 높이 350mm, ,steel, 2020

철을 자르고 휘고 붙였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더라.여기에 의미는 없이 그 행위가 남았다. 치열하게 자르고, 치열하게 붙이고, 석탄불을 피워두고 쇠를 달구고 휘었다. 스케치도 없고 계획도 없다. 내가 그은 무의식의 선을 자르고, 다시 그 선 위에 용접을 했다. 무거웠던 철이 가벼웁게 느껴지도록 색도 바꾸었다. 날자꾸나, 날자꾸나 외쳐도 작품들은 늘 무겁게 전시장에서 날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곤 했다. 더 가벼워져야겠다. 귀 옆에 흰머리가 늘더니, 친구 녀석 하나가 세상을 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저절로 살아지는 줄 알았던 세상이, 그의 부재로 너무도 쓸쓸하다. 중2 때 같이 타고 다니던 543번 버스 길과 고3 때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내 외투주머니에 넣어준 묵주만 이제 덩그러니 남았다. 상처와 아직 다 못한 얘기가 남았다. 하지만 그가 없다니 잘 실감나지 않는다. 전시는 일상의 기록이고, 박인희의 ‘방랑자’ 같은 노래이면서, 송창식의 ‘나그네’ 같은 노래이다. 다른 어느 해보다 처연했던 올해의 기록을 여기에 펼친다.




https://blog.naver.com/icultures/222079919630

#삼청동에가볼만한전시 #이병훈금속공예전,2020. 9. 9 (수) ~ 2020. 9. 15 (화) #갤러리도스



편집자 기자 (icultur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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